2월 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다. 입춘이후에도 ‘입춘한파’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느니 하는 말이 있듯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기 마련이건만 올해는 이미 봄이 와버린 것 같다. 작년 이맘 때 최고온도가 영상 1, 2℃밖에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10℃나 되니 말이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하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질환을 몰고 오는 나쁜 병균이 활개를 치는 탓에 면역이 약한 아이들은 봄부터 병치레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기침, 변비 등 건조해서 생기는 증상 늘어나

입춘이 되면 식물의 뿌리에 저장되어 있던 진액(수분)이 줄기로 올라오면서 잎을 틔울 준비를 한다. 자연의 이치를 따라 사람도 배꼽 아래 저장되어 있던 진액이 근육이나 피부, 모발 등에 올라오면서 보드라워진다. 이 때 진액이 모자란 아이라면 봄이 되어도 겨울처럼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몸에 기운이 없다. 봄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건조해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진액이 모자라면 단순히 피부가 거칠다는 것 외에도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다양하다. 입안이 건조해지고 감기에 걸렸을 때 가래나 콧물 대신 마른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코가 마르면서 코딱지가 많이 생기고 변비도 생길 수 있다. 아토피가 있던 아이는 가려움이 심해진다. 한방에서는 병의 증상이 ‘습열형’에서 ‘풍열형’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활기차야 할 봄에 나른하고 기운이 없고 졸리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특히 올 봄 단체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아이라면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겠다.

신 음식, 견과류, 오곡밥, 마른 나물이 진액 보충해

이를 위해 아이에게 진액을 보충하는 한약 처방을 할 수 있다. 또 신수를 보하고 물의 기운을 보해야 몸속 진액이 마르지 않고 기운이 생긴다. 오미자나 매실 같은 약재는 폐장과 신장의 진액을 모아주어 몸이 마르면서도 갈증이 나는 당뇨 등에 좋다. 인삼은 기운이 없으면서도 진액이 마를 때 사용한다. 또한 옥죽이나 맥문동은 폐, 위에 열이 있어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갈증이 날 때 좋은 약재이다.

가정에서도 신 맛이 나는 음식을 자주 먹이면 좋다. 신 맛은 흩어져 있는 기운을 모아주는 효과가 있어 진액을 배꼽 아래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진액을 충분해야 기운도 갈무리가 되며 기혈이 함께 신체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될 수 있다. 매실, 오미자, 모과, 산수유 등은 음식으로도 사용된다.

입춘 5일 후인 대보름 풍속도 알고 보면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다. 대보름에 깨먹는 밤, 호두, 잣, 땅콩 같은 부럼도 모두 진액을 보충하는 음식이다. 또 오곡밥에 들어가는 찹쌀은 기(氣)가 많아 먹으면 바로 진액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등 아홉 가지의 묵은 나물도 몸의 기혈순환을 도와주고 미네랄 함량이 높아 생기를 준다. 이들 나물에는 장내 유익한 미생물이 많아지고 운동이 활발하져 영양흡수가 잘 되고 뼈, 근육도 튼튼해질 수 있다. 모두 건조한 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일상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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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9/03/18 09:39 2009/03/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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