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왜 모을까요? (펌)

시누이 시집갈 때 5000만원 달라고 했다는 하소연에 다른 분의 리플이 달려 리플에 대한 의견도 많아 글 하나 올려봅니다.



전 젊었을 때 벌면 번 만큼 저축도 하고 삶도 즐기자 주의입니다.

하지만 누구 말처럼 배짱이는 아니죠.. 반드시 투자한 만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원조 글인 시누이 5000만원 줘야 돼냐는 문제에 대해선 그건 아니죠.. 지가 알아서 해야지 누구보고 달랍니까?



각설하고, 젊었을 때 놀자고 하는 사람중 물론 배짱이도 있겠지만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즐길 줄 알아야 나중에 늙어서 후회 안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문제로 생각하는 건 모네타는 재테크 포탈이라 돈 모으는 얘기만 올라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 상담하시는 분들의 수입과 지출 항목을 보면 돈 모으는 거 외에는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답답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모든 사람이 돈을 모으려 할까요?

집 마련, 자식 키우기, 그리고 안정된 노후.. 그럼 난 뭐죠? 여기서 집마련과 자식 키우기 빼고 안정된 노후라면 자식들한테 손 안벌리고 사는 노후를 말하겠죠? 노후는 적어도 50 이상, 아님 정년퇴임후가 되겠죠? 그때까지 왜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으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돈은 많이 모을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청춘은 어디 가서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자식한테 정말 돈 많이 쓰죠..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재테크 한도 끝도 없는 거 아닐까요? 대학 가르치고, 요즘엔 국내 대학도 안되니 기러기 아빠에 유학까지 해야 하고, 그리고 좋은 신랑, 좋은 신부 만나서 결혼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이렇게 생각하면 월급쟁이들은 정말 허리띠 졸라매도 살까말까 하죠.. 아니 제가 보기엔 사는 게 신기합니다.



하지만 한 번만 생각을 바꿔보죠.. 고등학교 졸업하면 모두 성인입니다. 사회생활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고.. 왜 드라마 보면 많이 나오죠? 나도 성인이니까 결혼하겠다고.. 그런데 부모 맘은 안그렇죠.. 바로 거기서부터 문제가 출발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너무 많은 책임을 자기가 지려고 한다는 거죠.. 어느 정도 키웠으면 알아서 살게 해야지 결혼할 때까지 품에 안고 있으면 다 해주는 거라 생각하죠.. 그러니 아무리 재테크 한들 서민이 노후 보장 받을 정도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나서 자식들이 말을 안들으면 거기다 대고 머라 하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말이죠..지금 돈 열심히 모으는 부모님들,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으려고 돈모으죠? 근데 그런 자식이 내맘대로 안되면 좀 서운하지 않을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한가지입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산다는 것. 부모의 의무는 고등학교까지 보내주는 것. 더 많은 욕심을 부리니 돈은 한도 끝도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지금은 결혼해 아이낳고 잘 살지만) 결혼 잘 하려고(커리어우먼이 아니라) 대학간 친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는 4수, 5수까지 하면서 말이죠.. 물론 열심히 공부했다면 4,5수까진 안했겠죠.. 대충 하다가 나이는 차고, 소위 잘 팔리는 나이 넘으니 어케든 대학은 나와야 결혼은 할 거 같고, 그래서 대학 간 친구들 많습니다. 그리고 나서 졸업하면 결혼하죠.. 대학을 왜 가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절 매도하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 제 얘기도 잠깐 하겠습니다.



저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나왔구요.. 대학 입학금부터 부모님한테 한푼도 받은 적 없습니다. 가정사정이 어려워 못받게 되기는 했지만 그게 인생사는 데 큰 도움이 됏죠.. 누구한테 손 한번 벌려본 적 없고, 대학도 알아서 졸업하고, 그리고 실력도 있죠.. 3개 국어 정도는 하니까요.. 그걸로 파트타임 수입도 벌고 있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고..



30대 중반(여자)인데 결혼한지는 10년쯤 됐구요, 아이는 없어요.. 원래는 쿨하게 살려고 아이를 안낳았는데 남편이 결혼생활의 반 이상은 백수 상태라 쿨이 아니라 본의아니게 가장이 됐죠.. 대학 입학금도 안받았으니 당근 결혼할 때도 받은 거 없구요.. 하나 있네.. 엄마가 해준 이불 한채.. 경기도에서 1900만원 전세(당시 직장생활한지 1년이었으니 대출 있었구요)로 시작해서, 2년전에 담보대출 껴서 20평짜리 작은 아파트 하나 샀네요.. 분양은 아니고(재테크에 무지해 청약통장도 없었거든요) 이사다니는 게 귀찮아 걍 샀습니다. 그동안에 남편이 사업한다고 까먹은 돈도 줄잡아 5천만원은 되는 거 같구.. 지금은 대출금 2천 정도 남았습니다. 2년전까지 제 명의로 대출이 9천 정도였는데 많이 해결했죠.. 그것 때문에 최근 2년은 토, 일욜도 없이 알바까지 했지만(지금도 하고 있고), 2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한번은 해외 배낭여행도 갔었구요.. 결혼한 후 어학연수(전직장 퇴직금 받아서 6개월 정도)도 갔다왔고.. 그런데 이렇게 여행다닌데 든 돈 얼마 안되거든요.. 어학여수비용 6개월에 400만원(학비, 기숙사비, 생활비, 현지 여행비 모두 포함, 영어는 아니고 제 2외국어임), 배낭여행비 2회 약 250만원 정도.. 물론 그전에 첫 직장이 월급은 적었지만(95년 초임 60만원 조금 못됨) 해외출장이 1년에 3번 정도는 돼서 잘 놀았죠(3년 재직).. 월급은 쥐꼬리지만 직업은 기자인데다 영어실력이 되니 해외출장을 남보다 많이 갔죠.. 기자가 출장가는 건 2/3는 노는 거거든요..

대출금 다 갚으면 어딘가로 또 여행 갈거예요.. 항공마일리지를 많이 쌓아서 유럽티켓은 나오거든요..



남들이 보기에 사치라고 할 수있는 1000만원일수도 있습니다.. 1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지금까지 굴렸다면 꽤 많아졌을지도 모르지만 전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한 경험도 하고, 암튼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즐기면서 살았죠.. 물론 노후도 걱정은 하죠.. 주요 질병 보험은 다 들어놨으니 아파서 돈 들어갈 걱정은 안해요..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금전적인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난 사막에서도 살 수 있다는 생존능력입니다. 1900만원 전세가 1300만원에 30만원 월세로 바뀐 적도 있었고, 암튼 힘든 적은 많았지만 여행을 다니거나 어학연수를 갔다왔다는 데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돈 모으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얻었으니까요..

자식들한테는 지기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 그것 하나만(하나 더 한다면 재테크 능력. 전 그게 없어서 돈을 모으진 못했으니까) 해준다면 부모로서의 최선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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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5/11/25 09:51 2005/11/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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