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이듯이 추운 날이다.
옷 없는 병졸들이 움추리고 앉아 떨고 있다.
군량은 바닥났다. 군량은 오지 않았다.
(<난중일기> 1594년 1월20일자)

그 무렵 조선 백성들의 참상은
땅위의 지옥을 이루었다.

부자(父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夫婦)가 서로 잡아먹었다.
뼈다귀를 길에 내버렸다(<징비록>).

굶어죽은 송장이 길에 널렸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백성들이 덤벼들어 그 살을 뜯어 먹었다.
뜯어먹은 자들도 머지않아 죽었다(<난중잡록>).

명나라 군사들이 술 취해서 먹은 것을 토하면
주린 백성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틀어박고 빨아먹었다.
힘이 없는 자는 달려들지 못하고
뒷전에서 울었다(<난중잡록>).


- 김훈의《소설 이순신-칼의 노래》중에서 -


* 나라가 망하거나 힘을 잃었을 때 가장
비참해 지는 것은 백성, 곧 국민입니다. 부자가,
부부가 서로의 살을 뜯고, 다른 나라 병사가 토악질한
것을 서로 먹으려고 아귀다툼하는, 처참하고도 서글픈
역사를 돌이켜보게 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나라를
잃은 날부터 2천년 동안 세계를 떠돌아야 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osted by 홍반장

2008/08/16 14:30 2008/08/16 14:30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tcbs17.cafe24.com/tc/rss/response/3539

Trackback URL : http://tcbs17.cafe24.com/tc/trackback/3539

« Previous : 1 : ... 2893 : 2894 : 2895 : 2896 : 2897 : 2898 : 2899 : 2900 : 2901 : ... 6391 : Next »

블로그 이미지

- 홍반장

Archives

Recent Trackbacks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tatistics Graph

Site Stats

Total hits:
251988
Today:
716
Yesterday: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