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는 다리에서 시작된다

한 달 이상 꾸준히 달리면 심장이 내뿜는 혈액의 양도 40%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혈관이 좁아져서 생기는 고혈압은 물론이고 관상동맥질환·뇌혈관질환 등 성인병을 막을 수 있다.

노화는 다리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온몸의 혈액이 순환하는 데 다리 근육이 차지하는 몫이 매우 크다. 다리 근육이 약해지면 혈액이 다리 부분에 정체되어 혈액 순환에 큰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다.
달리기는 성인병과 노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요통·목디스크·관절염 등을 예방하고 골다공증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달리기의 가장 큰 효과는 자신감 회복, 또는 강화에 있다.
자신과 싸우며 목표로 정한 거리를 완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달리기는 온몸으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는 '고통스런 기쁨'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중독'에 빠져든다.

달리면서 자기 자신을 비판하지 말라

고백하자면, 나는 마라톤이 싫었다.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째 되던 고2 때 일이다. 20km 로드 레이스 훈련을 하다가 체력이 완전 소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저 차가 내게로 와서 나를 받아줬으면." 죽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직 달리기를 멈추고 쉬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즐거워서 달린다 :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베타-엔돌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달리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긍정적 중독' 상태를 경험한다.



달리기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된 것은 한 참 뒤인 대학교 4학년 때였다. 1995년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운동을 포기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들어가고 보니, 공부를 하면서 운동도 병행하고 싶었다. 이전처럼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운동이 하고 싶었고, 운동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996년부터 이듬해까지 국내 주요 마라톤대회를 연달아 석권한 것이다. <조선일보> 마라톤, 황영조 올림픽제패 기념 하프 마라톤,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고, 다시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다.

운동 강도·빈도·시간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달리기의 기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 자세이다.
자발적이고 즐거워야 한다.
달리기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중독' 단계에 이른다. 이 중독이 잠깐 언급한 '긍정적 중독'이다. 마스터즈 대회에 참가하는 마니아 대부분이 이 긍정적 중독에 걸려 있다.

달리기를 계속하던 사람이 달리기를 중단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답답함이나 허전함을 느낀다. 심할 경우 의기가 소침해지고 식욕까지 잃는다. 금단 증상이다. 과학자들은 달릴 때 두뇌의 신경에 전달되는 물질의 농도가 변화하고, 베타-엔돌핀 분비가 늘어나 평상시에는 겪을 수 없는 '흥분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달리기를 오래한 사람들은, 이 상태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황홀경이라고 표현한다.

긍정적 중독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윌리엄 글라서가 1970년대 중반에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부정적 중독이 당사자는 물론 사회악으로 기능하는 데 견주어, 달리기나 명상으로 대표되는 긍정적 중독은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내가 온몸으로 확인했거니와,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뇌의 활동이 놀랄 만큼 활발해져 창조력과 자신감이 배가된다.

심장 박동 수 체크하며 강도 조정

심박 수 : 성인 남성은 분당 1백30∼1백50회가 적당하다.

글라서는 달리기를 통해 긍정적 중독에 이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자발적으로 선택하되, 매일 1시간 정도 투자할 수 있는가.
2)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잘할 수 있는가.
3)달리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4)달리기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비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1번과 4번, 즉 자발성과 지속성 그리고 자기 긍정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김인자 교수가 번역하고 한국심리상담연구소가 펴낸 <긍정적 중독> 참조).

마라톤 마니아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하나같이 '아무렴, 그렇고 말고'라고 답한다.
운동량과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선수가 아닌 동호인들의 경우 빠르면 3개월, 늦어도 2년 정도 꾸준히 달리면 긍정적 중독에 이른다. 이때부터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달리기를 가로막지 못한다. 한 달 만에 10km 완주에 도전하는 이 프로그램이 달리기 중독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8일간 꾸준히 달렸다면, 이제는 근육통이나 뻐근함이 없어졌을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몸과 마음이 달리기에 적응하는 단계다. 이번 주 전반까지만 도중에 걷기를 하고 11일째부터는 달리기만 한다. 9일째부터 달리는 거리가 6km를 넘어선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고, 아울러 지구력에 대한 감도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개인적 특성과 능력에 따라 4주 프로그램을 자신에 맞게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 프로그램은 가장 일반적인 것이다).

운동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목 부위의 심장 박동(심박) 수를 재보면 자신에게 맞는 운동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심박 수는 심신이 안정되어 있을 때 분당 60∼80회. 최상의 훈련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심박 수는 남자의 경우 분당 1백30∼1백50회, 여자는 1백50∼1백70회이다.
물론 이 수치는 달리기 속도, 신체적 상태, 최대 심박 수의 개인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대 심박 수는 달리기 직후에 측정하는데, 15초 동안의 심박 수를 센 뒤 거기에 곱하기 4를 하면 분당 심박 수가 나온다. 심박 측정 기기를 이용하면 편하다.

파벤 버거 박사는 일찍이 심장마비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1주일에 2,000kcal를 소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중이 70kg인 사람이 1주일에 2,000kcal를 소모하려면 하루에 30분씩 달리면 된다. 학계에서는 달리기가 심장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특히 전립선암·난소암·대장암처럼 급증하는 선진국형 암에 효과가 있다. 이들 암은 모두 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내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지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달리기이다.

참, 퀴즈를 하나 내야겠다. 호흡법에 관한 오해가 많기 때문이다.
달릴 때 입을 벌리고 뛰는 사람이 프로일까, 입을 꾹 다물고 뛰는 사람이 프로일까.

정답은 입을 벌리고 뛰는 사람이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가능한 한 산소를 많이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코와 입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달릴 때, 입을 꾹 다물고 뛰는 사람은 오래 달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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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4/03/12 14:46 2004/03/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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