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달리면 풀코스 뛸 수 있다

4주 프로그램을 착실히 따라 하고 있다면, 이제 세 차례만 더 달리면 드디어 10km를 완주하게 된다.
3주, 11일째부터 걷기는 하지 않고 달리기만 하고 있으므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5km가 넘어가면 숨이 가쁘고, (말로만 듣던) 자기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때가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에 들어갈 단계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필수

삶이 바뀐다 : 방선희씨가 달리기클럽 동호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방씨는 10km 를 완주하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보라고 권유한다.
대회는 좋은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한마디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정신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인드 컨트롤과 흡사하다.
달리는 도중 머리 속에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짧은 말 한마디나 선명한 그림이 효과가 크다.
말이 길어지거나 그림이 복잡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내가 완주하면 우리 가족이 얼마나 기뻐할까'라거나 '뱃살이 빠진 날씬한 내 모습' 같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1997년 1월, 이미지 트레이닝 덕을 톡톡히 본 적이 있다. 그 해 3월에 벌어진 동아국제마라톤을 앞두고 겨울 훈련을 할 때였다. 훈련은 혹독했고, 체력은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그때 유행하던 녹색지대의 노래 〈준비 없는 이별〉의 후렴을 중얼거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지금은 잘 기억 나지 않는데 대충 이런 가사였다. '하루만, 오늘도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그리고 두 달 뒤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그 노래 후렴이 내게 각인된 이유가 있다. 나는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격언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다.

하루하루, 매 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선수마다 독특한 징크스가 있듯이 서로 다르다. 초보자도 10km 완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즉 자기와의 싸움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한 달 16회씩 6개월 뛰면 하프 마라톤 도전 가능

10km 훈련 프로그램과 마라톤 풀 코스 훈련 프로그램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다. 우수한 마라톤 선수들 중에 과거 10km 선수로서 수년간 트레이닝하거나, 10km 선수로 활약했던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km 완주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풀 코스를 뛸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록 경신이 아니라 완주에 목표를 두었다면, 한 달에 16회씩 꾸준히 6개월 정도 훈련하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

달리기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오직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그것을 성취해 가는 운동이다.
목표 설정과 실천 과정 자체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삶의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10km를 완주하고 나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기를 권한다.
큰 도움이 된다.
마라톤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주요 대회 일정과 참가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대회에 참가하면,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마라톤 동호인들과 교류할 수 있다.
오랫동안 조기 축구를 하다가 1년 전 마라톤을 시작한 어떤 동호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라톤이 개인 운동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군요. 동호인들의 결속력이 대단해요."


대회 직전 무엇을 먹어야 하나

자세가 중요 : 방선희씨는 달리기 자세를 강조한다.
바른 자세로 달려야 체력 소모가 덜하고, 몸매도 멋진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이 대회에 참가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이 식사와 매너이다.
대회 전에는 글리코겐을 섭취하는 식사를 해야 한다.
우리 몸은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소화하기 쉽고, 운동 중에 혈당을 유지할 수 있으며, 빠르게 글리코겐으로 전환할 수 있는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찰밥·떡·감자·국수·스파게티·고구마 등에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다.

10km 레이스의 경우, 에너지 부족 현상은 크게 발생하지 않으므로 평소대로 식사해도 좋다.
다만 우엉 같은 섬유질 식품은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고, 짠 음식은 갈증을 유발하므로 먹지 않는다.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은 내장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수분 섭취에 관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물은 미리 마셔 두어야 한다.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먹으면 이미 늦다.
수분이 흡수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중에는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달리는 도중 땀 분비를 원활하게 해준다.

풀 코스를 뛰는 동호인들은
10km쯤에서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고, 20km 지점을 통과하며 꿀물·스포츠 음료·바나나·초코파이 등을 먹고,
30km에서 스포츠 음료·바나나·초코파이·감자 등을 섭취한 다음, 40km를 지나면서 스포츠 음료를 마신다.

30km 이후부터 글리코겐이 전부 고갈되므로, 20km 지점에서 미리미리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10km 코스는 출발하기 전에 물을 서너 모금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으므로, 훈련 도중 갈증이 찾아오는 횟수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스타트 라인에서 먼저 나가려 하지 말라

대회 출발 지점은 협소할 때가 많다. 특히 운동장에서 출발할 경우, 출구가 좁아 서로 밀치다가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출발할 때 먼저 나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초반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면 후반 레이스를 망칠 수 있다.
주로에서 추월당하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거의 없다.
힘들게 달리거나 걷는 주자를 앞지를 때 "힘 내십시오"라는 말 한마디 정도 건네는 것이 예의이다.

10km를 완주한 다음,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는 경우가 있는데, 위장에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심장과 혈관계에 뜻밖의 지장을 주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달리기가 끝나고 근육 운동이 정지되어도 생체 대사는 즉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운동이 끝난 1∼2 시간 안에는 성장 호르몬 분비가 활발하므로 그 시간 안에 고단백질을 섭취해, 근육의 단백질 갈증을 풀어 주어야 한다.

그동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10km를 완주한 분들은 반드시 풀 코스 완주까지 간다. 부디 4주 훈련 10km 완주 프로그램을 실천해 42.195km 풀코스 결승점을 밟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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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희(파주시청, marathonqueen@hanmail.net)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마라톤 전도사. 전 마라톤 국가 대표 선수 방선희씨(파주시청 소속)는 1990년대 후반 국내 대회를 거의 석권하고, 체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론가'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이론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라톤을 국민 스포츠로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1991년 성보여자정보산업고 1학년 때 마라톤에 입문한 이래, 동아마라톤대회 우승(1997년), 황영조 올림픽제패기념 하프마라톤대회 우승(1997년), <조선일보> 마라톤대회 우승(1996), 아시아 마라톤선수권대회 3위(1996) 등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가진 그녀에게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1995년 대학 4학년 때, 달릴 때의 고통을 사랑하게 되었다.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이 마라톤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마라톤을 두고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너무 약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녀에게 마라톤은 곧 삶이다. 달릴 때의 고통을 사랑하게 되면서 삶 자체도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이고 삶은 결코 수월하지 않지만, 마라톤을 통해 넉넉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씨 부부는 마라톤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남편 이의수씨도 국가 대표 선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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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4/03/12 14:47 2004/03/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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