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줄근하게 앓고 난 뒤

감기 몸살로
깊은 물 속에서 사나흘 앓아눕다.
온몸의 검붉은 피가
혈관 벽에 부딪혀 탕탕하게 흐르는 소리,
낮이고 밤이고 꿈결처럼 들려오다.
탁류에 헹군 빨래처럼 후줄근하게 앓고 난 뒤
새털처럼 가벼워진 몸--
텅 빈 마음으로 새벽을 맞을 때,
희끄므레 밝아오던 사방의 벽을
한 템포 느려진 시선으로 바라보다.



- 윤희환의 시《간이역에서》중에서 -



* 저도 요 며칠 후줄근 앓았습니다.
좀처럼 안 하던 병원 출입도 몇 차례 했습니다.
하루를 꼴딱 굶으며 중요한 검사도 마치고 난 뒤
큰 병이 아닌 것에 감사하고, 좀더 휴식하라는 신호에
감사하고,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새털처럼
가벼워질 몸을 생각하며 오늘의 후줄근한 몸을 추스립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osted by 홍반장

2004/08/27 08:37 2004/08/27 08:37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tcbs17.cafe24.com/tc/rss/response/736

Trackback URL : http://tcbs17.cafe24.com/tc/trackback/736

« Previous : 1 : ... 5761 : 5762 : 5763 : 5764 : 5765 : 5766 : 5767 : 5768 : 5769 : ... 6391 : Next »

블로그 이미지

- 홍반장

Archives

Recent Trackbacks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tatistics Graph

Site Stats

Total hits:
237272
Today:
389
Yesterday: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