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와 임파워먼트

우리는 능력 있는 사람을 우대하고 부러워한다. 어떤 사람은 악기를 참 잘 다루고, 어떤 사람은 그 어려운 외국어도 척척 해 낸다. 그리고 기계를 다루고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 있어서도 능력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기업체에서는 가능한 한 능력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고, 또 능력 있는 사람에게 월급도 많이 주려고 한다. 그런데 능력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의욕이 문제인 것이다. 능력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능력이 있는데도 그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P=f(A×M)라는 공식을 쓴다. 즉, 성과(P: Performance)는 능력(A: Ability)과 의욕(M: Motivation)의 곱의 함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능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의욕이 없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고, 의욕이 아무리 높더라도 능력이 낮으면 역시 성과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능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의욕을 북돋울 것인가. 물론 둘 다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당장 능력을 높이는 것보다는 의욕을 높이는 것이 쉽다. 그리고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습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래서 의욕 북돋우기 또는 동기부여는 사람관리 이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이다. 능력, 성격, 태도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동기부여야말로 이런 것에 선행하는 관리변수가 된다. 우선 의욕이 높고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면 다른 것들은 보완이 되고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면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 동기부여 이론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욕구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과정이론이다. 욕구이론은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채워져야 하는 욕구가 있어,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의욕이 생긴다는 이론이고, 과정이론은 인간에게 어떤 욕구가 있는지 모르지만 의욕이 생기는 과정(절차)은 이렇다는 것을 밝히는 이론이다.

욕구이론 중에서 대표적인 이론이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론 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에게는 다섯 종류의 욕구가 있고 이들은 서로 계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욕구, 자아실현욕구가 그것이다. 따라서 매슬로우에 의하면, 생리적 욕구가 결핍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이를 충족시킬 수 있게 해 주면, 의욕이 솟는 것이고, 존경욕구가 결핍되어 있는 경우는 또 이를 채워주면 동기가 유발된다. 그리고 또 하위 욕구가 채워지면 그 다음에는 상위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의욕이 솟는다.

과정이론에서 대표적인 것은 브룸(Vroom)과 포터(Porter)등이 개발한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이다. 기대이론은 인간이 노력을 기울이게 될 때에는 미래 사건을 예측해 보고 확률을 계산하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노력을 기울이면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성과를 낼 수 있는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 성과가 나면 내가 좋아하는 보상이 따라오는가 하는 것을 추론해 본다는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과 기대이론을 종합하면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종합적인 처방이 나온다. 개인이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알아내고 일을 열심히 하면 그 요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생리적 욕구나 안전욕구가 결핍되어 있는 사람은 금전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이들에게는 성과급제를 도입하면 의욕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에서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조직관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임파워먼트는 능력과 의욕을 분리시키지 말고 이 양자를 한꺼번에 높여주자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높은 의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능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종래의 동기부여 이론은 능력과 의욕을 분리한 나머지 능력 부분을 다소 경시하였으며, 성실하게 일하는 모범 사원을 만드는데 초점이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임파워먼트 이론은 거친 세파를 헤쳐나가는 투사를 만드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임파워된 사원들은 일에 있어 열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결정을 하여 집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임파워먼트는 실력+자신감+권한+의욕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말로 옮긴다면, 개인의 역량강화 또는 기살리기 정도 될 것 같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임파워시킬 수 있는가. 필자는 여러 이론을 종합하여 네 가지 임파워먼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정보화를 통한 임파워먼트이다. 이는 사원들이 정보 소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과 손으로 작업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역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인테넷을 자유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 사이에는 실력 차가 하늘과 땅이다. 사원들의 역량은 곧 정보화에 비례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워드프로세서로 작업을 한 후로 원고를 집필하는 데 3배 정도의 생산성이 올라간 것 같다. 종래에 3시간 정도 하는 일을 컴퓨터로는 1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을 이용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배의 능률이 오른다.

둘째는 비전의 공유를 통해 임파워먼트를 꾀하는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고, 지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관을 갖고 장기적인 목표와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도 임파워먼트의 필수 요소이다. 꿈을 갖고 장래에 믿음이 있을 때 진정한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큰 기업은 큰 기업에 걸맞는 비전을 세우고, 작은 기업은 또 그 나름대로 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사원 50명이 8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정보통신 회사는 최근 매년 50%의 성장을 하여 2,002년에는 매출액 1,000억원의 회사가 되고, 사원을 억만장자화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연봉이 억대되는 사원을 내고, 우리사주를 통해 주식보유액으로 억대 재산을 형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전이 있을 때, 사원들의 氣가 사는 것이고 자신감이 높아진다.

셋째는 권한위양을 통한 임파워먼트를 추구해야 한다. 사원들이 일일이 결재를 받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높여주어야 한다. 호텔의 청소원이 자신의 판단으로 작은 수리를 할 수 있고, A/S 요원이 웬만한 부품 교체는 상급자의 허락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조직체제 내에서도 권한을 위양하고 실무자의 氣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실무자의 권한을 확대시키려면 조직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본사스탭를 과감히 줄이고 현업 부서를 키울 수도 있고, 팀제를 도입하여 팀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또 사내 벤처제도를 도입하여 사업아이디어를 제시한 사원에게 소사장이 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넷째는 인정과 보상을 통한 임파워먼트가 있다. 이는 전통적인 동기부여 이론에서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인데, 노력이나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에 따라 급여를 주고, 성취에 따라 승진도 시켜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보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일의 과정에 대한 인정이다. 이를 격려라고 부르는데 비록 결과가 탐탁하지 않더라도 수고한 정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의욕을 북돋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욕이 높아지면 능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의욕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사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氣를 살려야 한다. 능력과 의욕을 동시에 높여 사원 모두를 종업원이 아닌 작은 사장이 되게 해야 한다. 정보화를 하고, 비전을 공유하고, 권한을 위양하며, 적극적으로 보상을 실시하는 임파워먼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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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6/02/20 09:52 2006/0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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