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심박수의 60∼70%로 1회에 40분이상 달려야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살을 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렇다. 달리기를 하면 확실하게 살을 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살빼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소와 살빼기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체중 감소는 우리 몸의 지방이 적어지면서도 일어나지만 가장 급격한 체중 감소는 몸의 수분이 줄어들면서 일어난다. 즉 고기 덩어리를 건조시키면 무게는 현격하게 줄어들지만 고기 속에 들어있는 지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중에 따른 체급(體級) 경기를 하는 운동선수들은 평소에 보통 자신의 체급 한계보다 7~10kg 더 많은 체중을 유지한다. 그러다 경기를 보름 정도 남겨두고 땀을 흘려 몸무게를 줄인다. 심한 경우 하루 만에 5kg 정도 빼기도 한다. 그렇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서는 2~3일 만에 다시 몸무게를 회복한다. 이런 탈수에 의한 몸무게 감소는 몸에 오히려 해를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우나에서 땀을 빼 몸무게를 줄이려는 시도는 진정한 살빼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살빼기는 몸에 있는 지방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비만의 가장 큰 적은 체내에 있는 지방이다. 체내 지방이 성인 남성의 경우 26%, 여성의 경우 30%를 넘게 되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단단한 화학구조식을 가지고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지방 1kg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약 7700kcal를 소모해야 한다.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며, 이 산소를 얻기 위해서는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옆 사람과 자연스레 얘기할 정도로
살을 빼려는 사람들은 먼저 살빼기에 적당한 달리기 강도를 알아야 한다. 무조건 달린다고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은 지방을 소모하기보다는 오히려 탄수화물을 소모시킨다. 살빼기에 가장 효과적인 달리기 강도는 자기 최대 심박수(Maximum Heart Rate)의 60~70% 정도로 달리는 것이다.
최대 심박수를 구하는 일반적인 공식은 '분당 최대 심박수=220-자기 나이±10'이다. 더 정확한 최대 심박수를 알려면 100m를 전력으로 달린 후 15초 동안 심박수를 측정하여 4를 곱하면 된다. 예를 들어 45세의 남자에게 적당한 운동 강도를 구해보자. 최대심박수는 220-45=175(±10)이다. 그러므로 적당한 달리기 강도는 분당 105(최대심박수의 60%)~122회(최대 심박수의 70%)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심박수를 유지할 때의 느낌을 기억하면서 달리기를 해야 살빼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수치로 이야기하면 과학적이기는 하나 실천적이지는 못하다. 자기에게 적당한 달리기 강도를 구하는 더 현실적인 방법은 ‘감(感)’으로 느끼는 것이다. ‘감’으로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른 바 ‘토킹테스트(talking test)’다. 즉 달리면서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한 달리기 강도다.
살빼기 위한 달리기의 중요한 요소 중 또 다른 하나는 운동 지속 시간이다. 최소한 1회에 40분 이상 달려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 처음 20~30분 정도는 탄수화물의 저장 형태인 글리코겐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이 시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지방이 소모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지방을 태워 살빼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40분은 뛰어야 한다. 만약 30분 이상 뛰기 힘든 초보자라면 천천히 걸어도 지방 연소 효과가 있다. 달리기만큼 많은 에너지를 태우지는 못하지만 걷는 것도 효과가 있으므로 거리에 연연하지 말고 40분 이상 운동하길 권한다.
이런 적당한 강도로 1주일에 5~6회 정도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하면 약 3개월 후부터 본격적으로 살이 빠지게 된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개월 정도 지나면 몸무게가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중이 낮은 지방은 조금씩 없어지지만 지방보다 비중이 무거운 근육이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몸무게를 기준으로 살이 빠졌는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실망하여 달리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만약 여기서 포기하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보다 체중이 더 증가하고 체내 지방이 더 많아지게 된다.
우리 몸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섭취하고 소모하는 데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를 ‘항상성’(恒常性)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서 갑자기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면 몸은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하고, 에너지 저장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인 지방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몸이 에너지 소비에 익숙해지도록 체질화해야 지방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생리학적인 용어로 기초대사율을 높여야 지속적인 살빼기가 가능하게 된다. 이 기간이 약 3개월 정도 필요하다. 달리기를 한 지 3개월 정도 지나면 살이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한다. ‘자면서도 살이 빠지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한 달에 3~4kg 이상 빠진다. 그래서 달리기로 6개월 만에 수십 kg을 뺄 수 있게 된다.
달리기만으로 이렇게 살을 뺄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달리기 외에도 먹는 양과 영양을 조절하는 식이요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살빼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운동을 통한 비만치료 전문가인 김상훈(34ㆍ운동생리학) 박사는 효과적인 살빼기를 위해 ENA 프로그램, 즉 운동요법(Exercise), 식이요법(Nutriton), 행동수정요법(Activity)을 적용하고 있다. 김 박사는 “적당한 유산소 운동에 절제되면서도 균형잡힌 영양섭취, 에너지 소비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살빼기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한다.
■일상 생활에서 칼로리 소모하는 습관을
L씨(46·교수)는 20대 중반 이후 운동한 적이 없으며 신장 172cm, 체중 80kg, 체지방률 33%였다. 그러나 3년 전 러닝머신에서 걷기부터 시작, 1개월 뒤부터는 근육을 증가시키기 위해 웨이트 운동도 실시했다. 3개월 뒤부터는 학교 운동장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400m 거리를 두 바퀴 돌면서 운동량을 차츰 증가시켰으며, 그 후 거북이마라톤대회, 10km, 하프코스 그리고 풀코스를 완주하는 실력을 갖게 됐다. 그는 1년 만에 체중 70kg, 체지방률 26%로 살빼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저는 운동을 계속하는데 살이 빠지지 않아요." 가정주부 H씨(48·경기도 성남)는 운동을 시작한지 한 달 반이 넘었지만, 체중과 체지방에 큰 변화가 없었다. H씨의 1주일 동안의 운동량은 800∼1000kcal, 비교적 균형있는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의 행동습관이었다. H씨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조금 피곤하다는 이유로 낮잠을 잔 것이 습관이 되어 요즘은 점심식사 후 바로 2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고 했다. 이것이 문제였다.
김상훈 박사는 "낮잠을 자지 말고 일상 생활에서도 칼로리를 소모하는 행동습관을 가지라"고 권했다. 가까운 거리나 낮은 층수의 계단은 걷도록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도록 했다.
달리기를 통해 살을 빼려는 사람들 중 처음에 빨리 효과를 보기 위해 무리한 강도와 횟수로 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몸이 피로해져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다. 김 박사는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인내심을 갖고, 올바른 식이요법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재 끝)
[올바른 행동수정 요법]
마음자세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식사 때
·먹는 동안 TV, 책보기 등 다른 행동은 피한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는다.
·식사 후 바로 양치질을 한다.
·식사할 때는 천천히 20분 정도 먹는다.
일상생활
·가까운 거리나 낮은 층수의 계단은 걷는다.
·주말에 활동적인 생활을 한다.
시장볼 때
·메모를 하여 필요한 것만 산다.
· 식사 후에 시장을 본다.
(선주성 마라톤칼럼니스트)
Posted by 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