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저녁 연기가 피어 오르고,
회색 지붕들은 서서히 여름밤 안개 속으로 잠겨 갔다.
제일 높은 산봉우리만이 여전히 푸른 하늘 속에서
마지막 햇살을 받고 있었다.
- 이미륵의《압록강은 흐른다》중에서 -
* 이번 휴가는
지리산 칠선계곡 근처의 허름한 농가에서 보냈습니다.
산행에서 지쳐 돌아 오던 저녁 무렵, 동네 어귀에서
아스라히 피어 오르던 저녁 연기에
왠지 목이 메었습니다.
집 주인은 우리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치자빛 반죽을 개어 호박전을 부치고 있었지요.
그 날 우리 아이는 묵은지와 나물 반찬에 밥을 세 그릇씩이나
비웠습니다. 푸른 안개 속에 고요히 깊어 가던 그 여름밤,
오래도록 그리울 것입니다.
Posted by 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