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IT강국 코리아의 입지를 굳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저서 <<열정을 경영하라>>에 소개된 ICES 개막기조연설의 경험담이다. 이 이야기는 프리젠테이션에 있어 화자 자신에게 감동을 주고, 중요하게 다가오는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
연습을 위해 LA에서 3명의 배우와 연설 코치를 만났다. 연설문은 반도체 메모리가 세계 제일이라는 등 무미건조한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코치는 처음 보는 이 연설문을 감정을 실어 큰 소리로 읽어보라고 했으나 나는 전혀 신이 나지 않았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본격적인 드라마 연습이 시작되자 나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몇번이나 연습해도 계속 틀리자 배우들은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는 정말 어색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연습을 마치고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그렇게 실수를 연발한 것은 연설문이나 드라마가 내가 경험한 것을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서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모든 스크립트를 내가 직접 다시 써보기로 했다.
나는 청중들이 한 시간 동안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멋진 연설문과 드라마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했다. 또 이왕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의 기조연설 중 최고의 것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무미건조한 내용이 아닌, 내가 직접 체험한 자랑스러운 내용을 암묵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첫 5분에 기조연설 전체의 성패가 달려있으니, 처음 시작 부분에 재미있고도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먼저 보여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연설을 하는 한 시간 내내, 일순간이라도 청중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 있게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설문과 드라마 전체를 내가 그동안 삼성에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에피소드들로 채웠다.
나는 적절한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며 청중을 압도했다. 유머와 감동, 놀라움을 적절하게 풀어내니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나는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그리고 ‘정신도 없이’ 한 시간을 꽉 채울 수 있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정말 좋은 연설이었다.”고 칭찬해 주었던 것이다.
열정과 박진감 넘치는 프리젠테이션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이 먼저 화자 자신에게 익숙하고, 열정적이고, 박진감 넘치게 다가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자가 먼저 그 열정의 느낌을 생성해 낼 수 있을 때, 청중들 역시 그러한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