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넓은 비닐주머니를 구해 거꾸로 쓰고
흐느적흐느적 걷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내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
또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내가 버린 사랑도 떠오르고
나를 버린 여자도 떠오릅니다.
회한은 많고, 갈 길은 멀고,
남은 사랑은 아직도 이렇듯 뜨겁습니다.
- 박범신의《비우니 향기롭다》중에서 -
* 겨울비가 오락가락하거나
밤새 눈이 소복히 쌓이거나 하는 날이면
추억속에 묻어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아픈 상처였는데 지금은 잘 아문 아름다운 흉터로,
그때는 슬픔과 회한의 덩어리였는데 지금은 기쁨과
감사를 알게 하는 지렛대로 다시 살아납니다.
사람은 떠났으나 추억은 그대로 남아
눈비가 올 때마다 가슴속을
뜨겁게 달굽니다.
Posted by 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