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터팬 Story’가 아닌 오랫동안 절친했던 J君의 Story를 소개할까 한다.

얼추 10년 전쯤 ‘로손’ 이라는 편의점 앞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말년휴가를 나온 J君을 처음 알게 되었다. 무뚝뚝하지만 의리도 있고 성실한 점이 맘에 들어서 지금껏 친구 겸 아우처럼 지내왔는데. 이 인간이야말로 요즘 한창 뜨는 소위 ‘아침형 인간’이었다.

전투경찰 복무할 때부터 습관이 들었다나? 하면서 자기는 5시만 되면 눈이 번쩍 뜨인다는 것이다. 자명종도 필요 없이, 전날 과음으로 곤죽이 되더라도 그 시간만 되면 새벽닭보다 더욱 정확하게 눈이 떠진단다.

터팬 : “야! 넌 어쩌믄 글케 정확히 눈이 떠지냐?
J君 : “몰러~. 기냥 눈이 저절로 떠져.
터팬 :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뭐하냐? 특별히 할 일도 없잖아?
J君 : “뭘하긴? 신문도 보고, 동네 산책도 하고, 영어단어도 외고, 암튼 일찍 일어나니깐 하루가 무쟈게 길어~”
라면서 새 나라 어른의 장점을 침이 튀도록 자랑한다.

우리는 서로 생각도 비슷하고, 뽕짝이 잘맞아서, 그가 경찰시험을 준비할 몇달 동안 동거(?)를 허락했다.
터팬도 J君의 아침형인간 스타일이 멋있게 뵈서 어느 날 문득 독한 맘을 먹고 새벽에 깨워달라고 했다.

자명종도 울리지 않은 어느 날 새벽5시.

J君 : “터팬 아저씨~! 아침이야. 인나라.”
터팬 : “꾸~우웅... 음냐...쩝쩝… 드르릉…코~~”
J君 : “존말할 때 퍼뜩 인나. 싸나이가 다짐을 했으면 지켜야 할거 아녀. 이건 배신이야.”
터팬 : “아이 시끄러. 젤 듣기싫은 배신까지 들먹이냐? 말수도 없던 넘이 무지 말 많네. 알았다. 알았어!! “

궁시렁 거리면서 매번 억지로 일어났지만 한동안 비몽사몽이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니까 차차 익숙해 지면서 터팬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갔고, 그 부수혜택까지 누렸다.

일어나자 마자 동네근처 공원에서 가볍게 뛰고,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조반까지 삶아먹고도 도서관에 1착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명당자리에 앉으니 공부도 잘되고, 몸도 가뿐해서 저녁까지 팔팔해졌다.

J君 덕분에 좋은 습관을 들이게 된지라, 더욱 믿고 친하게 되었고, 그는 마침내 원하던 경찰시험에 합격해서 경기도 외곽의 경찰서에 배치가 되었다.

터팬은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서 한잔이라도 걸치면 “짭새” 라며 싸잡아서 놀리기도 하고 가수 DJ.doc의 “포졸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약을 올려도 그 녀석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집안의 골칫덩이 형제와 힘든 경찰업무 때문인지 편치 않은 심기를 터팬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터팬兄아! 난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드냐? 세상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어쩔 땐 다 집어치우고 산속 움막에서 혼자 살고 싶어” 라면서…말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 그의 사정을 잘아는 터팬은 진심으루 위로도 해주었고, 정말로 그가 불쌍해 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찰이 덜익은‘제임스 본드\'라고 착각하는 10살 차이나는 애인도 만들고(유일하게 부러운 점이다. -_-;;;), 경찰청장 모범표창 등 짧은 세월동안 상당한 성과(?)도 거두었다..

그렇게 모범적인 J君 에게도 빈틈이 있었으니…
바로 \'위험관리(재테크)\'에 너무도 無心한 것이었다.

그가 거주하는 곳은 경찰서 직할관사라서 보증금도 월세도 필요 없었고, 매월 평균 180만원 안팎의 월급이 받았지만 전혀 저축이 없었다.

물론 홀로 되신 어머님께 매월 50만원을 부쳐드리고, 애인과 데이트도 하려니 넉넉할 리는 없었겠지만, 터팬은 그런 점에 대해 수시로 경고를 해주었다.

터팬 : “얌마! 그렇게 대책 없이 살다가 장가갈 땐 부조금으로 때울겨? 갑자기 목돈 들어갈 일 생기면 우짤라구 뭘 믿고 저축도 안 하냐?”
J君 : “몰라. 이상하게 돈이 안모이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잘 안 마시는데 이상하게 돈이 새는 것 같어. 兄 이 좀 분석 좀 해주라.”
터팬 : “내가 니 소비패턴을 어떻게 일일이 간섭 하냐? 네 꼬라지는 네 자신이 제일 잘 알지. 최소한 월 50만원은 저축한다는 전제하에 소비를 해야지”
J君 : “에이~쒸이~. 몰라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승진하고 수당 더 붙으면 저축할래. 마이너스 아닌게 어디야?”

터팬 : “네가 사치를 안 하는 건 잘 알지만, 잘 생각해봐. 경찰이라는 직장이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것은 알겠다만, 세상이 그렇게 녹녹하게 돌아가는 건 아닐게야.”

라면서 쓴 소리를 해주었다.

하긴 터팬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다. 왕년 전성기 때 연애질 할 때 비하면 J君의 행태는 조족지혈 일테니 말이다. ^^;;;;

지지난 주 어느 날 밤 J君에게 전화를 했다.

터팬 : “잘 사냐? 사업은 잘되가지?”
J君 : “…………”
터팬 : “아이쒸. 왜 엉아 말을 씹는고얌? 잤냐?”
J君 : “兄. 나 어떻게 하냐? 어제 친구랑 생맥주 두잔 마시고, 그넘 추울까봐 정류장에 바래다 주려구 운전 하다 걸렸다.”
터팬 : “머시라???. 니네 경찰은 음주운전 하다가 걸리면 중징계라면서??” 십중팔구 파면이라고 했잖어?”
J君 : “그러게… 콱 죽고 싶어. 나 파면되면 그녀도 떠나갈건 뻔하고 모아둔 돈도 없어 당장 살 곳도 없구, 나만 믿고 사는 엄마는 또 어떻게 해?”

라는 그의 음성은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半송장의 목소리였다. 그런 모습 처음 보았다.

며칠 후 다시 전화를 했다.

터팬 : “어떻게 되었냐?”
J君 : “파면은 면했어. 그 동안 표창 받은 거 감안해서 정직3개월 처분 받았어”
봉급은 대폭 삭감되겠지만 일은 계속 하면서 근신하래.
터팬 :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그 동안 시껍했겠다.”
J君 : \"앞으로 나랑 술 먹을 생각 마. 파면되면 나 정말 죽어버릴라구 했어 \"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우려했던 사태는 안 벌어진 채 그가 좋아하던 경찰생활은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3개월간은 월급이 절반 뿐일 테니 저절로 소비패턴에 거품이 제거될 것이고. 이 기회에 그런 위험에 대비한 재테크 의지도 생겼을 것이다.


지난 회에서도 강조했듯이, 우리 사는 세상은 각자 예측대로 굴러가질 않는다.
All-In하여 투자했던 삼성전자 주식이 하룻만에 휴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철썩같이 믿던 국민은행이 유동성 문제로 파산할 수도 있으며, 철밥통이라던 공무원, 전문직, 교사도 본인의지와는 별도로 어떻게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재수가 없었다’며 대범한 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날 수만 있다면야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터팬의 글을 애독하는 OutSider 여러분 대다수는 그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만 같다.

J君이 터팬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다시 메아리로 돌아온다.

“兄!! 이번에 난 깨달은 게 있어.
幸福이란 건... 돈 잘 벌고 직장이 좋다고 해서 행복한 게 아니구, 그 동안 이런 일 안 생기고 평온하게 살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이란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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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플 달아달란 말 안했더니, 다시 뜸해지셔서리 리플먹고 사는 요정터팬이 굶어죽게생겼슴다. 터팬동호회(http://myclub.moneta.co.kr/peterpan)는 회원 얼마 안되두 상대적으루 리플을 잘주시는데... 꺼이꺼이~~ 다이어트 고만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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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4/03/31 09:38 2004/03/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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