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

먹지 않으려고
입을 꼭 다물고 손을 내저어도 얼굴을 돌려도
어느새 내 입속으로 기어들어와
목구멍으로 스르르 넘어가 버리는 시간.
오늘도 나는 누에가 뽕잎을 먹듯
사각사각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쭉쭉 뻗어나간 열두 가지에
너울너울 매달린 삼백예순 이파리 다 먹어치우고
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
퍼렇게 얼어붙은 하늘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 전순영의《시간을 갉아먹는 누에》중에서 -


* 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잎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온 당신을 위해서
오늘은 축배라도 들어야겠습니다.
사랑과 감사의 축배!
축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osted by 홍반장

2008/12/26 22:35 2008/12/26 22: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tcbs17.cafe24.com/tc/rss/response/3831

Trackback URL : http://tcbs17.cafe24.com/tc/trackback/3831

« Previous : 1 : ... 2602 : 2603 : 2604 : 2605 : 2606 : 2607 : 2608 : 2609 : 2610 : ... 6391 : Next »

블로그 이미지

- 홍반장

Archives

Recent Trackbacks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tatistics Graph

Site Stats

Total hits:
253156
Today:
45
Yesterday:
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