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상 바쁜 30대 미시고객
첫 발령을 받은 98년 서울의 영업점에서 한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고객은 00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와 영업점을 찾곤 했다. 난 아이를 위한 공제를 권유하곤 했다
늘 상 새로운 상품에 관심을 가진 그녀의 특징은 이러했다
첫째, 신상품에 관심을 가진 만큼 가입과 해지가 잦았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둘째, 영업점을 자주 찾는 만큼이나 송금이 잦았고, 수수료를 일정액 은행에 제공하고 있었다
셋째, 카드결제일이면, 뭉칫돈을 찾아야만 했다
난 장기적인 자금계획을 세우고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그 약속은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방법이 있으면 수수료는 가급적 내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 반지하에서 만난 신용불량자
IMF영향으로 신용불량자가 속출하는 98년의 겨울이야기다. 너나 할 것없이 채권회수에 온직원이 매달리던 시절이었다.
나에게 할당된 연체채무자를 방문하기 위해 난 지번도를 찾아 그 채무자를 일요일
아침에 상봉하게 되었다. 방 가득히 술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그가 내뱉는 말을 통해 난 그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 친구에게 카드를 빌려주었다고 한다.
둘째, 친구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셋째, 세상이 자신을 외면하는 듯하여 술에 취했고 가족도 떠났다고 한다
그나마 열심히 일했던 채소가게도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넷째, 모든걸 돌리기엔 너무 늦었다고 채념했다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돌아왔다. 난 그를 만날 수 없었다고 출장복명 했다
○ 40대의 식당 주인
99년의 봄
아주머니 사장은 성실히 식당을 운영하며 주변 샐러러리맨의 점심을 제공해 주었다
어느날 객장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 아저씨의 도박은 그칠 줄 모르고, 항상 저녁이면 다투었다고 했다
둘째, 동생의 빚보증으로 상당한 독촉에 몰리자 아저씨의 폭행에도 항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셋째, 딸의 가출은 반복적일 수 밖에 없었다
난 그 아주머니를 보며 돈이 때로는 가정을 파괴 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 땅거지인 사장님
02년 인천에 근무할 당시 여신을 담당한 난
인천에서 만난 건축자재(스치로폼)를 생산하는 50대의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화성일대에 만평이상의 땅을 가지고 있는 땅부자 였다. 아니 땅거지였다
그가 땅부자가 아닌 땅거지인 이유는 이러하다
첫째, 사양산업인 스치로폼을 생산하면서 끊임없이 시설에 투자하고 있었다
둘째, 건축경기가 살아날 시점인데도 그는 IMF의 경험을 살려(?) 현금장사를 고집하려 했다
셋째,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못하자 사채를 쓰는 대담함을 보이면서 가지고 있는 땅은 오른다는 이유로 팔기를 꺼려했다
넷째, 그는 언변에 달인이었으며, 내일 내일 하며 이자상환을 미루었다
다섯째, 경매접수가 되어서야 땅을 매각한다고 알려왔다. 경매취하하는 비용으로 그는 상당금액을 지불했다
여섯째, 땅에 대한 집착은 결국 노른자 땅을 하나 둘 급매물로 잃게 되었다
난 그를 보며, 나나 누구나가 가지는 땅에 대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난하지 않은 이유라는 것도 알았다.
Posted by 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