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 담당자로서 일을 하다 보면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전한가의 여부이다. 돈을 떼이기 위해 돈을 빌려줄 까닭은 당연히 없다. 안전이 확보되고 나서야 비로소 거래관계의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속성은 부스러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하고 약간의 마진만 확보된다면 거래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보통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귀찮기만 한 여러 가지 서류작성을 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일반대출 약정서에 더해서 근저당권 설정서류를 작성하게 된다. 이 경우 예를 들어 대출금액이 1억원이라고 한다면, 설정금액은 1억3천만원 이상을 적는 것이 보통이다. 즉, 대출 받는 금액의 130%이상이 등기 상의 권리가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그 것은 다름아닌 빚을 진 사람이 빚을 못 갚게 되는 경우 원금에 더해서 약정한 이자와 연체이자, 원금회수를 위해 빌려준 측에서 드는 각종 부대비용(경매 입찰 회부, 각종 수수료)를 커버하기 위함이다. 결국은 빌려준 측에서 원금 뿐만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비용차원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또 돈 빌려준 후 시간 상의 느긋함을 확보하기 위해 “넉넉하게” 잡아두는 것이다.

이 원리를 자기 관리차원에도 적용해본다. 만약 어떤 사람의 외부적으로 평가되는 경쟁력과 성과의 모습이 100이라고 할 때, 실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130 이상이 될 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30정도의 여유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떨어질 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묘기를 주변에서 쉽게 관찰한다.

간혹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기생충’같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은 아무 일도 안 하거나, 뒤에서 헐뜯다가도 어떤 성과가 도출되면 마치 기생충처럼 그것을 나눠먹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임 승차자(free-rider)는 그러나 결국 오래가지 않아 탄로가 나고 만다. 자신이 외부에 드러내는 모습이 100이라면 정작 중요한 실질적인 담보인 실력과 잠재력은 50%이하인 사람일 확률이 높은 관계로 엄밀히 말하자면 거품이 생긴 것 이고 순간적으로는 몰라도 결국은 채권자인 이 세상이 알게 된다. 알게 되면? 채권자인 세상에서 채권 회수 해야지…

그 경우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간의 문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이 설령 윗사람의 눈을 피해 성과를 인정 받는 사람이 됐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는 비굴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도 대가를 치루게 된다.

가창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댄스 가수 들의 단명처럼, 분수를 넘는 인기와 외양은 오히려 그릇에 못 미치는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불행 할 수 있다. 전자는 좌절이 기다리고 있는 반면. 후자는 희망과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간혹 잘 나간다고 이야기들을 때마다, 섬뜩해진다. 혹여 내가 담보비율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담보비율이 적어도 150%이상은 되어야 여유를 두고 외부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난 적이 없다.

“겉만 번지르르 하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의 흥망 사를 살펴봐도 “장수 측면”에서 “속이 알찬” 기업이 단명 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 했다. 초창기 행운이 가미된 성공에 도취해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서 무리하게 확장한 기업 군들은 여지없이 역사에서 그 이름을 스스로 지우게 되는 신세에 이르게 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봐왔다.

개인도 역시 마찬가지 일 터. 본 모습이 외양보다 낫지 못하다면 불안감이 뇌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경우 본인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위험한 상황에도 비교적 대처 능력이 있다고 하겠는데, 심각한 것은 본인에 대한 착각이다. 본인의 모습이 원래 그런 것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개발과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약도 없다. 언젠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최소한 위험관리의 기본이 된다.

노후생활 자금 준비도 마찬가지. 현재 시점에서 100이라는 자금이 든다면 130이상 준비되어야 한다. 그 것이 당장의 재산이든, 향후 현금 창출능력 이든 간에. 돈이 없다면 돈을 창출할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답이 된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모습을 수치화 시키고 본인의 진정한 능력을 130%이상으로 기르도록 하자. 그 것이 자신의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지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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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반장

2004/03/31 10:25 2004/03/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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