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갤러리는 오는 5월 14일부터 7월 19일까지 제주도를 사랑해, 제주도의 바람이 된 故김영갑 작가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김영갑은 1985년 제주도에 정착해 2005년 루게릭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제주도의 자연을 담는데 생의 모든 열정과 영혼을 바쳤다. 이번 전시는 작고 후 서울에서 갖는 첫 번째 개인전으로 제주도 중산간(中山間)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은 미발표작 40여점이 전시된다.
김영갑은 끼니 채울 돈으로 필름을 사고 들판의 당근과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야 했을 만큼 물질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다양한 표정으로 유혹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사각의 카메라 앵글에 담아 소유할 수 있었기에 마음만은 풍요로운 예술가였다.
마치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는 수행하는 고독한 수도승처럼 제주도의 곳곳을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새벽녘 오롯이 들판에 서있는 나무, 시시각각 황홀하게 피어오르는 구름, 원시적 건강함으로 속살을 드러낸 오름, 일순간 지평선을 덮어버리는 안개, 사나운 바람에도 눕지 않고 춤추는 억새 등 제주도의 자연은 작가에게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죽음과 맞설 수 있었던 신앙과 같았다.
작가는 매 계절 변화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삽시간의 황홀’이라고 표현했다. 찰나의 순간은 참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그의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기위해 작가는 눈을 감아도 보일만큼 중산간지대 곳곳을 쉼 없이 오르내렸다. 보는 자연과 몸으로 겪은 자연이 다르듯이 그는 스스로 체험한 자연을 필름에 새겨 넣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앞에 서면 바람소리가 들리고,유채꽃 향기가 피어오르고, 아련한 잔상이 감동으로 전달된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김영갑 사진의 깊이감은 그의 삶과 뭍사람들이 갖는 섬에 대한 환상을 오버랩(overlap)시킨다. 그리고 그는 사진을 통해 제주도 사람들을 인생을 드려다 보라고 한다. 황무지와 다름없는 척박한 대지에 생명을 움트게 하고 고단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삶을 지켜왔던 제주 토박이들을 말이다.
사진은 단 몇 초로 끝나는 현상(現像)의 기록이다. 특히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은 회화처럼 인위적 조합으로 그려지는 이상적인 구도를 설정할 수 없다. 때문에 셔터를 누르기 전까지 피사체를 눈에 담고 마음에 기록하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해야한다. 그래서 원하는 대상을 찾아 다녀야한다. 마치 오지를 찾아 생명을 키우는 화전민처럼 김영갑은 척박한 자연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숨 쉬게 하였다.
이번 전시는 작고 후 서울에서 갖는 첫 번째 개인전으로 1996년부터 시작된 파노라마 촬영본 중 2000년 이후 제작된 미공개작 40여점으로 구성된다.
김영갑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은 정형화된 회화적 구도를 무시하고 과감하게 화면중간을 가로지르는 수평구도로 주제를 강조한다. 특히 파노라마 사진은 가로와 세로가 약 3대 1의 비율로 제주도의 광활한 지평선구도를 가장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김영갑의 사진세계도 파노라마 촬영기법에 이르러 그 정점을 이루게 된다.
생의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김영갑. 그가 남긴 사진은 무의미하게 흐르는 하루에 희망과 설렘을 전해줄 것이다.
Posted by 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