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까지 100편의 영화를 제작한, 성공한 감독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50년을 한결같이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외에는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따라서 영화에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셋째, 머무르지 않고 떠났다.
즉 하나를 이룰 때마다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만들어 놓은 영화로부터 도망치려는 자기와의 싸움을 필사적으로 계속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화시킨 거장 임권택 감독은
아직도 마음에 드는 자신의 영화가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화가 나서 만든 영화를 안볼 정도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족하는 완성도 높고 흠 없는 영화는
만들지 못하고 죽을 거 같다고도 말합니다.
다만 완성을 향해 열심히 사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느릿하고 다소 어눌한 말씀이지만 거장의 힘이 느껴지는 만남이었습니다.
하긴 물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좋은 물은 무미(無味)한 맹물이지요.
아무 맛도 없는 게 맹물이지. 맹물은 날마다
먹어도 괜찮습니다. 꿀물은 달지만 그렇게
마실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우리는,
가끔 먹는 것을 귀하다 하고
매일 먹는 것은 별로
귀한 줄 모르거든요.
- 장일순의《노자이야기》 중에서 -
* '맹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과연 그런가요?
가까이 있기에 값 없는 맹물처럼 여겨지던 사람도
떠나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값 없이 존재할 때 귀함을 알아야 합니다.
맹물이 꿀물보다 더 귀합니다.